
커피잔 옆에서 글을 고치는 모습. 다듬은 글도 본인 표현으로 한 번 더 손보길 권한다는 설명이다.
AI가 매만진 자기소개서는 과연 누구의 글일까. 생성형 AI가 글쓰기 곳곳에 스며든 지금, 자기소개서나 학업계획서 같은 지원 서류를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마주하게 되는 질문이다.
도구의 도움을 어디까지 받아도 되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아직 뚜렷하지 않다는 점에서, 이 물음은 지원자에게 생각보다 무겁게 다가온다.
이 물음에 한 서비스가 나름의 답을 내놨다.
주식회사 에이디엑스스튜디오가 운영하는 한국어 AI 글 판별 서비스 AI킬러는 2일 두 달간의 운영 현황을 알리면서, 유료 기능 '자소서 다듬기'를 글을 대신 써 주는 도구가 아니라 표현을 손보는 도구로 규정했다. 기능을 어떻게 쓰는지보다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부터 앞세운 셈이다.
기능을 소개하는 문구 하나로 넘길 수도 있지만, 이 정의에는 도구가 어디까지 개입하고 어디서 멈춰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이 담겨 있다.
9월 출범 이후 검사 8만 8천여 건, 가입자 4,400명을 넘긴 서비스가 기능의 범위부터 밝혔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그 선이 정확히 어디에 그어졌는지 짚어 볼 필요가 있다.
■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남기는가
다듬기가 손대는 범위는 좁게 정해져 있다.
AI로 쓴 자기소개서에서 기계가 쓴 티가 나는 표현만 골라 사람의 문장처럼 바꾸고, 지원자의 경험과 수치, 사실관계는 그대로 둔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고치는 대상은 문장의 겉모습일 뿐 그 안에 담긴 이력이나 성과가 아니라는 이야기로, 개입의 경계가 비교적 또렷하다.
이 원칙은 말로만 그치지 않고 처리 과정에 박혀 있다.
고쳐 쓴 후보 문장 가운데 숫자나 고유명사가 하나라도 달라진 것, 원래 뜻에서 벗어난 것은 결과로 내보내지 않으며, 자동으로 낮추지 못한 구간은 원문을 그대로 남긴다. 규정이 검증 절차로 옮겨져 있다는 점에서 흔히 보는 홍보 문구와는 결이 다르다.
이 대목에서 읽히는 회사의 태도는 분명하다. 무엇을 했고 얼마나 해냈는지는 지원자만 말할 수 있는 영역이므로, 도구는 그 내용을 전달하는 말투와 문장 구조까지만 관여하겠다는 것이다.
평가자가 서류에서 궁금해하는 것은 결국 그 사람의 경험이고, 그 부분은 처음부터 끝까지 지원자의 손에 남는다는 점이 이 정의의 핵심이다.
대필과 손질을 가르는 기준이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없는 경험을 지어내거나 성과를 부풀리는 순간 글은 지원자의 것이 아니게 되지만, 이미 있는 사실을 덜 기계적인 문장으로 옮기는 일은 퇴고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학교 선배나 주변 사람에게 문장을 봐 달라고 부탁하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은 범위라고 할 만하다.
물론 이 구분이 모든 논란을 정리해 주지는 않는다.
어디까지를 표현으로 보고 어디부터를 내용으로 볼지는 글마다 다를 수 있고, 서류를 제출받는 곳마다 허용하는 도구의 범위도 제각각이다. 그래도 경험과 수치 같은 사실 정보에는 손대지 않는다는 기준을 명시한 것은 이용자가 스스로 판단할 근거를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결과를 받은 뒤에도 끝나지 않는 퇴고
회사는 다듬은 결과를 그대로 제출하라고 권하지 않는다. 제출 전에 글 전체를 한 번 읽고 본인 경험이 정확히 담겼는지 직접 확인하라는 안내를 기능 설명에 함께 붙였다.
자동 처리의 결과를 완성본이 아니라 손볼 여지가 남은 초안으로 대하라는 주문에 가깝고, 그 마지막 손질은 이용자의 일로 남겨 뒀다.
AI킬러 측은 "검사 결과는 참고용 신호이며, 자기소개서는 결국 본인의 글이어야 하므로 다듬은 결과도 본인 표현으로 한 번 더 손보기를 권한다"고 밝혔다. 서비스를 내놓은 쪽이 자기 기능의 결과물을 한 번 더 고치라고 말하는 장면은 흔하지 않으며, 그만큼 이 권고가 기능 설계의 일부로 읽힌다.
이 권고는 도구의 한계를 스스로 인정하는 말이기도 하다.
자동 처리가 아무리 정교해도 지원자가 그 경험에서 무엇을 느꼈고, 그 느낌을 어떤 단어로 말하고 싶은지까지 대신 정해 줄 수는 없다. 마지막 몇 문장을 자기 언어로 바꾸는 수고는 결국 쓰는 사람에게 남으며, 그 수고가 쌓여야 비로소 글의 주인이 분명해진다.
결과 화면도 이 과정을 돕도록 짜여 있다.
원래 문장과 많이 달라진 문장을 따로 표시해 두어, 이용자가 그 부분부터 읽으면서 자신이 하려던 말이 그대로 살아 있는지 점검할 수 있게 했다. 무엇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모르는 채로 서류를 제출하는 일을 막으려는 장치로 읽히며, 퇴고의 출발점을 짚어 주는 역할도 한다.
면접을 떠올리면 이 권고의 실용적인 의미도 보인다. 서류에 적힌 문장이 평소 본인 말투와 동떨어져 있으면 면접장에서 그 경험을 다시 설명할 때 어색함이 드러나기 쉽다.
제출 전에 직접 손본 문장이라야 지원자가 자기 입으로 자연스럽게 다시 꺼낼 수 있고, 면접관의 꼬리 질문이 이어져도 답변이 흔들리지 않는다.
■ 점수를 증거로 쓰지 않겠다는 태도
다듬기를 대필과 구분한 이런 정의는 회사가 검사 결과를 다루는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AI킬러는 점수를 증거가 아닌 확률 신호로 안내하고, 사람이 직접 쓴 글이 AI로 표시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결과 화면에 함께 적는다. 점수 하나로 글쓴이를 판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검사와 다듬기 기능 전반에 깔려 있다.
판정을 단정하지 않는 태도는 글을 쓰는 사람의 몫을 존중하는 태도로 이어진다.
점수가 낮게 나왔다고 해서 좋은 글이 되는 것도 아니고, 높게 나왔다고 해서 부정한 글로 낙인찍히는 것도 아니라는 전제가 깔려 있는 셈이다. 점수는 어디를 다시 읽어 볼지 알려 주는 표지에 머물고, 판단은 여전히 사람에게 있다.
다듬기 대상을 '~습니다'나 '~다'로 끝나는 격식체 글로 한정하고, 원문이 이미 30점 미만이면 손대지 않고 이용권도 차감하지 않는 설계 역시 같은 흐름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필요 이상으로 이용자의 글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안전장치다. 고칠 이유가 없는 글은 손대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이 앞서 밝힌 원칙에도 맞는다.
영어 모델을 빌려 쓰지 않고 한국어로 직접 학습한 자체 모델을 쓰는 이유도 비슷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회사는 격식을 갖춰 정성껏 쓴 사람의 글이 엉뚱하게 AI로 몰리는 일을 막는 데 설계의 무게를 뒀다고 설명한다. 잘못된 판정이 지원자에게 낳는 피해를 먼저 생각한 접근이라는 점에서, 다듬기의 선 긋기와도 자연스럽게 맥이 닿는다.
AI킬러가 검사 건수와 정확도를 실측값으로만 표시하고 검증되지 않은 숫자는 내놓지 않는다는 운영 원칙도 같은 줄기에 놓인다.
도구의 능력을 과장하지 않는 태도는 이용자가 점수 하나를 지나치게 믿고 따르지 않도록 돕는다. 다듬기의 범위를 좁게 밝힌 것과 숫자를 부풀리지 않는 운영은 결국 같은 뿌리에서 나온 한 가지 이야기다.
■ 도구가 많아질수록 남는 질문
글을 고쳐 주는 AI 도구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그럴수록 이용자에게 중요한 것은 어떤 도구가 점수를 더 많이 내려 주느냐보다, 그 도구가 내 글의 어느 부분까지 건드리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일이다. 고친 결과가 내 경험을 바꿔 놓았다면 점수가 아무리 낮아도 그 서류는 더 이상 나를 설명하지 못한다.
AI킬러가 이번에 제시한 기준은 그 확인을 위한 하나의 참고선이 될 수 있다.
사실은 그대로 두고 표현만 손보며, 최종 판단과 마지막 수정은 쓰는 사람에게 돌려준다는 구조는 다른 서비스를 고를 때도 따져 볼 만한 항목이다. 도구를 쓰는 쪽이 먼저 개입의 범위를 묻는 습관이 자리 잡을 필요가 있다.
평가하는 쪽도 이 구분을 함께 고민할 때다.
제출물의 AI 작성 여부를 확인하기 시작한 대학과 기업이라면, 표현을 다듬는 일과 내용을 대신 만드는 일을 어떻게 구별할지에 대한 기준도 함께 내놓을 필요가 있다. 지원자에게만 판단을 맡겨 두기에는 그 경계가 아직 흐릿하고, 그 혼란의 비용은 고스란히 지원자가 떠안게 된다.
이용 방식 자체도 지원자의 선택을 남겨 둔다. 검사는 무료로 누구나 쓸 수 있고, 다듬기는 필요한 사람이 이용권을 사서 고르는 기능이어서 쓰지 않을 자유도 분명하다.
글을 넣으면 필요한 이용권 회수가 먼저 표시되므로, 처리 범위와 비용을 확인한 뒤 맡길지 말지를 차분히 결정할 수 있고, 무료 검사만으로 직접 고치는 길도 열려 있다.
자기소개서는 결국 한 사람이 자신의 시간을 설명하는 문서다.
어떤 도구를 쓰든 제출 버튼을 누르기 전 마지막으로 글을 읽는 사람이 지원자 자신이어야 한다는 점은, 생성형 AI 시대에도 바뀌지 않는 원칙으로 남는다. AI킬러는 서울 마포구에 있는 에이디엑스스튜디오가 운영하며, 웹사이트(aikiller.app)에서 설치 없이 이용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