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층별 공간 투어에서 참석자들에게 의원 내부를 직접 설명하는 정소담 대표원장(사진=소엘의원·닥터리본 제공)
새로 문을 여는 병원에 사람들이 먼저 궁금해하는 것은 대개 위치와 시설이지만, 그곳이 환자를 어떤 존재로 대하려 하는지는 좀처럼 말로 드러나지 않는다. 지난 10월 31일 개원을 알린 소엘의원은 그 물음에 대한 답부터 꺼내 보인 경우였다.
이날 서울 강남구 언주로71길 22 소담빌딩에서는 닥터리본 새 사옥 오픈과 의원 개원을 한꺼번에 축하하는 행사가 열려 각계 인사 300여 명이 다녀갔다. 강남피부과 소엘의원의 출발을 알린 자리였지만, 오래 남은 것은 건물의 외양보다 대표원장이 밝힌 진료의 태도였다.
정소담 대표원장은 1부 토크와 인사말을 통해 의료인으로서 붙잡고 있는 가치를 직접 설명했다. 그 말들을 하나씩 짚어 보면 새 의원이 스스로에게 건 약속이 무엇인지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난다.
의원이 들어선 소담빌딩은 동시대건축 김정구 소장이 설계하고 사쩜이디자인이 시공한 닥터리본의 새 사옥이다. 이날 함께 문을 연 두 공간 가운데 이 글이 주목하는 것은 의원이 처음 꺼낸 말, 곧 환자를 어떻게 대하겠다는 약속이다.
■ 강남피부과 소엘의원 인사말에 담긴 '한 사람'이라는 말
정 원장의 인사말 가운데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대목은 이렇다. "환자를 단순히 치료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을 이해하고 그분이 가진 고민과 아픔까지 함께 바라볼 수 있는 병원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 문장의 무게는 '단순히'라는 부사에 실려 있다. 치료를 가볍게 여기겠다는 뜻이 아니라, 진료실에서 마주하는 증상 뒤에 그 사람이 살아가는 하루와 마음의 사정까지 함께 놓고 보겠다는 의지로 읽히기 때문이다.
병원을 찾는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이유와 망설임을 안고 문을 연다. 그 망설임을 진료의 바깥으로 밀어내지 않고 대화의 일부로 받아들이겠다는 선언은, 새 의원이 내건 첫 번째이자 가장 기본적인 약속이라고 할 수 있다.

새 의원의 진료 철학을 직접 밝힌 정소담 소엘의원 대표원장(사진=소엘의원·닥터리본 제공)
강남피부과 소엘의원이 개원 첫날 시설 소개보다 이 문장을 앞세웠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무엇을 갖췄는지보다 어떤 마음으로 환자를 만나려는지를 먼저 말하는 방식은, 병원이 스스로 정한 기준을 공개적으로 밝혀 두는 일과 다르지 않다.
물론 이런 말은 어느 병원이든 할 수 있다는 반론도 가능하다. 그러나 개원식이라는 공개된 자리에서 대표원장이 자신의 언어로 진료의 출발점을 정리했다는 점은, 적어도 이 의원이 무엇을 기준으로 평가받고 싶어 하는지를 분명히 해 두었다는 의미를 갖는다.
■ 화학에서 의학으로, 개원까지 이어진 물음
정 원장은 서울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한 뒤 의사의 길을 선택했다. 이날 3층 로비 홀에서 '한 분을 위한 시간'을 주제로 진행된 토크에서 그는 화학을 공부하던 시절부터 의학으로 방향을 바꾸고 의원을 열기까지의 과정을 들려줬다.
토크의 제목에서부터 그의 관점이 드러난다. 여러 사람을 한꺼번에 상대하는 시간이 아니라 한 사람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을 병원의 중심에 두겠다는 생각이 '한 분'이라는 표현 안에 담겨 있다.
이 제목은 행사 전체의 구성과도 이어졌다. 1층 리셉션에서 참석자마다 이름표를 건네고 공간 투어도 두 팀으로 나눠 진행한 방식은, 많은 손님을 한꺼번에 몰아 움직이기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공간을 천천히 경험하도록 한 선택으로 읽힌다.
화학이 물질의 성질을 정밀하게 따지는 학문이라면, 의학은 그 지식을 결국 한 사람의 몸과 생활 위에서 풀어내야 하는 일이다. 진로를 바꾼 계기는 토크에서 그의 목소리로 직접 전해졌고, 그 선택이 지금의 진료 철학과 이어져 있다는 점이 이날 이야기의 중심이었다.
그가 학문의 길을 바꾼 이유와 개원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꺼낸 것은 자신의 진료 태도가 어디서 비롯됐는지를 설명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화려한 수식 대신 개인의 이력과 고민을 먼저 털어놓은 방식은 인사말의 진정성을 뒷받침하는 장치가 됐다.
토크가 끝난 뒤에는 질의응답과 건배가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정 원장이 새 의원에 담고자 한 생각과 앞으로의 방향을 그 자리에서 묻고 들으며, 일방적인 발표가 아닌 대화의 형식으로 개원의 의미를 나눴다.
■ '양심과 원칙', 오래된 단어를 다시 꺼낸 이유
인사말의 뒷부분은 조금 더 단호한 어조로 이어졌다. "의사로서의 양심과 원칙을 지키고, 환자의 안전과 건강을 언제나 가장 먼저 생각하겠습니다."
양심과 원칙은 의료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다짐하는 말이어서 오히려 새롭게 들리기 어려운 단어다. 그런데도 개원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이 말을 굳이 소리 내어 꺼냈다는 것은, 그것을 장식이 아닌 실제 기준으로 삼겠다는 의사 표시로 받아들일 만하다.
'언제나 가장 먼저'라는 표현은 우선순위를 분명히 한다. 진료 과정에서 여러 고려 사항이 부딪칠 때 환자의 안전과 건강을 맨 앞에 두겠다는 약속이며, 병원 운영의 다른 목표보다 앞서는 기준을 스스로 정해 두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의료 현장에서 안전이라는 단어는 결과만이 아니라 과정 전체에 걸린 말이다. 정 원장이 건강과 안전을 나란히 놓고 그 둘을 '언제나' 앞에 두겠다고 말한 것은, 특정한 순간의 판단이 아니라 진료의 모든 단계에 같은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다짐으로 해석된다.
새로 문을 연 강남피부과 소엘의원이 이 약속을 공개된 자리에서 밝혔다는 사실은 앞으로 이 병원을 지켜볼 기준점이 하나 생겼다는 의미가 된다. 다짐이 널리 알려질수록 그 다짐을 지켜야 할 책임도 함께 커지기 때문이다.
이런 약속은 의원 한 곳의 다짐이지만, 새 병원을 고르는 사람들에게는 비교의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어떤 공간을 갖췄는지만큼이나 그 병원이 무엇을 가장 먼저 지키겠다고 말하는지가 선택의 이유가 될 수 있어서다.
■ 이름과 공간에 겹쳐 놓은 같은 메시지
정 원장은 '소엘'이라는 이름에도 생각을 담았다고 밝혔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 이름에는 따뜻한 편안함과 다시 태어남, 그리고 태양이라는 세 가지 뜻이 들어 있다.
편안함과 다시 태어남이라는 단어는 인사말 속 '고민과 아픔까지 함께 바라보는 병원'과 자연스럽게 맞닿는다. 병원 문을 들어서는 순간의 긴장을 덜어 주고 싶다는 바람이 이름 하나에 겹쳐 있는 것으로 읽힌다.
강남피부과 소엘의원이 들어선 소담빌딩 2~4층의 내부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굽은 선을 살린 형태와 색을 아낀 마감, 감각적인 조명으로 채운 실내는 진료 공간 특유의 차가운 인상을 덜어 내려는 설계로 보이며, 참석자들은 두 팀으로 나뉜 투어에서 이를 직접 확인했다.
2층에서는 손님을 맞는 리셉션부터 상담실과 진료실을 지나 원장실에 이르는 순서가 관람용으로 공개됐다. 처음 들어와 이야기를 나누고 진료를 받기까지의 흐름을 보여 준 이 구성은, 인사말에서 말한 이해와 대화가 실제로 어느 자리에서 이뤄질지를 짐작하게 했다.

대화가 오가는 자리로 꾸민 소엘의원 상담실(이미지=소엘의원 홈페이지)
3층에는 로비 홀과 원장실·상담실, 산소챔버실과 태닝실이 마련됐고 4층에는 VIP룸들이 배치됐다. 상담실과 원장실이 두 개 층에 나뉘어 놓인 구성에서도 한 사람과 마주 앉는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는 개원의 취지를 엿볼 수 있다.

원장이 환자와 마주 앉게 될 소엘의원 원장실(이미지=소엘의원 홈페이지)
투어가 이어진 3층에는 애프터눈티와 포토부스가, 4층에는 전시 공간과 종이뜯기 이벤트가 마련돼 있었다. 진료를 위한 층이 이날만큼은 사람들이 머물며 이야기를 나누는 장소로 쓰였다는 점도, 병원을 딱딱한 시설이 아니라 사람을 맞는 공간으로 보여 주려는 시도와 겹친다.
■ 약속은 개원 이후의 진료실에서 증명된다
이날 행사는 1부 VIP 프라이빗 오픈과 2부 '오프닝 나이트'로 나뉘어 의료·법조·패션·뷰티·건축 등 여러 분야 인사들이 오갔다. 오후 3시 40분 3층 홀에서는 정 원장이 번호 추첨을 직접 진행하며 1부의 한 순서를 맡았다.

3층 홀 번호 추첨 순서를 직접 이끈 정소담 대표원장(사진=소엘의원·닥터리본 제공)
같은 건물에서 닥터리본 사옥과 의원이 함께 출발했다는 점도 이날의 특징이었다. 함승우 닥터리본 대표가 1부 사회와 환영 인사를 맡았고, 정 원장은 토크와 오후 6시 45분 2부 건배 인사로 행사의 중심을 잡았다.
다만 개원 행사의 인사말은 어디까지나 출발선에서의 다짐이다. 환자를 한 사람의 삶으로 이해하겠다는 약속이 실제로 지켜지는지는 개관식이 아니라 앞으로 진료실에서 쌓여 갈 하루하루의 만남 속에서 확인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강남피부과 소엘의원의 첫 출발은 기대와 함께 하나의 잣대를 남겼다. 시설은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지만, 대표원장이 스스로 말한 양심과 원칙, 그리고 환자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겠다는 약속은 이 병원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오래 남을 것이다.
이날 소담빌딩에는 의료계와 법조계, 패션·뷰티 업계, 건축과 디자인 분야, 인플루언서와 크리에이터 등 서로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각자의 자리에서 병원을 바라보는 시선은 달랐겠지만, 강남피부과 소엘의원 대표원장이 밝힌 원칙은 그 모두에게 같은 문장으로 전달됐다.
저녁 7시부터 1층에서 이어진 애프터 파티는 DJ nuevoseoulmusic의 음악과 함께 오후 8시 30분에 막을 내렸다. 축하의 시간은 그렇게 끝났지만, 인사말에 담긴 약속은 이제부터 진료실 안에서 하나씩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낮과 저녁 두 차례 참석자 앞에 선 정 원장의 메시지는 결국 하나로 모인다. 병원의 중심에는 언제나 한 사람의 환자가 있어야 하며, 새 의원은 그 원칙을 지키는 일에서부터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